No.5005
추천 3조회 4803-02
No.5005추천 3조회 48

왜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일찍 이직, 퇴직할까요?

한국의 디자인 산업은 인력 과잉 공급과 열악한 근로 여건이라는 이중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디자인 인력의 평균 연령은 33.9세에 불과합니다. 이는 전체 취업자 평균 연령인 44.7세보다 약 10년이나 젊은 것으로, 디자이너들이 타 직종보다 훨씬 일찍 퇴직하거나 전업을 선택한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디자인 업계에는 여전히 60세를 넘긴 다수의 저명한 디자이너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는 1932년생으로, 90세를 넘긴 현재까지도 디자인 철학과 작품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가와카미 노리유키(Noriyuki Kawakami)는 1940년생으로,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고령의 경험 많은 디자이너를 현장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고령의 노하우를 갖춘 디자이너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이는 디자인 업계의 인력 과잉 공급과 열악한 근로 여건으로 인해, 디자이너들이 비교적 이른 나이에 퇴직하거나 전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디자인산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합니다.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문제 해결의 기획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피상적인 스타일링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디자인이 사회문제 해결의 도구로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디자인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용될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고령화, 보건, 복지, 교육, 치안, 문화, 교통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디자이너의 창의적 관점이 활용되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적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디자인산업의 서비스 공급자(디자인 전문인력)가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고,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한 채 산업을 떠나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왜 디자인 업종에서는 이직과 퇴직이 이렇게 빠르게 일어날까요?

낮은 급여와 과도한 업무 등 열악한 근무 조건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는 디자인 인력의 과잉 공급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디자인 전공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대학에서 매년 약 2만 명의 디자인 전공자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디자이너 인력 시장의 약 6%에 해당하며, 비전공자까지 포함하면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집니다.


디자인 전문기업들은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고 있지만, 이는 우수한 인재들이 디자인 전문기업보다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신입과 경력 디자이너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디자인산업 생태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대기업으로의 이직은 디자인 서비스업의 공급자였던 디자이너를 수요자로 전환시키며, 디자인 전문기업의 역량을 약화시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산업의 인력 수급을 조절하고, 디자이너의 경력관리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작은 디자인기업이나 1인 기업에서 근무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경력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2019년 마련된 디자인 대가기준, 표준계약서, 경력관리 시스템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디자인 인적 자원의 양적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풍부한 자원을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디자인산업이 단순히 '젊은 직업'으로만 머무르지 않도록, 디자이너들이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좋은 근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는 디자인산업의 고도화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디자인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디자인산업은 고령화 사회에 맞춰 디자이너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알레산드로 맨디니, 하비에르 소사스와 같은 디자이너들이 산업 현장에서 오래도록 활동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