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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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나라는 디자인으로 감염병을 예방하려 시도하지 않을까요?

왜 우리나라는 디자인으로 감염병을 예방하려 시도하지 않을까요?

영국에서는 병원 감염으로 인해 매년 약 5,000명이 사망하고, 치료에 1조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정부와 디자인카운슬이 공동으로 "디자인 벅스 아웃(Design Bugs Out)"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병실용 캐비닛, 휠체어, 환자용 의자 등 감염원이 될 수 있는 제품들을 다시 디자인해 세균의 번식을 막고, 청소가 용이하게 하여 감염을 줄이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결과 실제 제품들이 병원에 보급되었고, 감염률 저감뿐만 아니라 기업 매출 확대, 국가 예산 절감이라는 효과도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와 같은 시도가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디자인을 '부가적 요소'로 보는 인식

감염병은 기술·의료 영역으로, 디자인은 외형이나 편의성 개선용으로 보는 이분법이 지배적입니다.

가격 중심의 공공조달 시스템

조달시장에서 디자인을 통한 감염 예방 기능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단가가 낮은 제품 위주로 선정됩니다.

의료 정책 R&D에서 디자인의 배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정책이나 연구개발은 기술·제약 중심입니다. 사용자의 행동이나 환경 설계를 다루는 디자인은 배제됩니다.

병원 조직 내 위계 문화

현장의 감염 문제는 간호사나 청소노동자의 몫으로 치부되고, 환경 자체를 리디자인하는 접근은 무시됩니다.

디자인 중심 프로젝트의 주체 부재

디자인진흥기관, 병원, 복지부, 감염병 관리 기관 간 협업 체계가 없습니다. 영국은 디자인카운슬이 보건부와 함께 이를 추진했지만, 한국에는 그 역할을 맡을 구심점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1만 5천 명 이상이 병원 내 감염으로 사망합니다. 이는 암, 심장질환, 뇌질환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입니다. 이제는 의료 행위만이 아니라 디자인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분야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병원 가구 하나, 공간 배치 하나, 손잡이의 곡률 하나까지도 감염률을 줄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감염 예방을 위한 디자인 혁신은 단순한 미관 개선이 아니라, 정책이고, 예산이고, 생명 보호 장치입니다.

왜 우리는 이 중요한 수단을 쓰지 않고 있을까요?


* 관련 글 : 디자인세균퇴치 https://servicedesign.tistory.com/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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