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 공무원은 전문가가 없을까요? (순환보직 제도)
왜 정부 인사제도는 공무원을 전문가가 될 수 없게 하는가?
공공부문에서 일어나는 인사 관행 중 하나인 순환보직 제도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순환보직이란 공무원의 보직을 일정 기간마다 교체하여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고, 부패 가능성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가 오히려 공무원의 주인의식을 없애고 공공부문의 전문성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무좀에 걸릴지도 모르니 발을 잘라내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다. 비리를 예방하려다 보니 전문성을 스스로 포기해버리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순환보직 제도도 장점은 있다. 특정 부서나 업무에 장기간 머물지 않도록 함으로써, 권력 남용이나 비리 발생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문제는 전문성 함양의 기회도 차단된다는 것이다.
비리는 그런 성향의 사람을 잘 골라 채용하고 근무과정을 살펴보고 골라 내는 것으로 해결해야지 순환보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못된 사람을 채용한다면 어떤 제도를 이용해도 비리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이 제도는 공무원이 특정 분야에서 깊이 있는 경험과 지식을 쌓을 기회를 근본적으로 차단한다.
2001년과 2004년 중앙인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무원 과장급 이상 평균 재직 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했다(KDI, 2008).
여러 정부·연구기관(.gov, .org) 자료와 OECD 보고서를 토대로 산출한 추정치는 다음과 같다.
국가 / 평균 보직 유지 기간 / 참고 자료
미국 : 약 4~5년 / U.S. Office of Personnel Management(.gov)
영국 : 약 3~4년 / UK Civil Service 자료(.gov)
독일 : 약 3~4년 / OECD 보고서 및 독일 정부 자료(.gov/.org)
일본 : 약 2~3년 / 일본 국가인사혁신자료(.gov)
한국 : 약 1.5~2년 / 국가공무원 인사혁신처 자료(.gov)
* 한국은 미국에 비해 1/3 수준임을 알 수 있음. 위 추정치는 각국 인사제도와 통계 산출 방식의 차이로 상대적 비교에 한계가 있으나, 해외에 비해 한국의 보직 유지 기간이 현저히 짧음을 보여줌. 이로 인해 전문성 축적 및 정책 연속성 확보에 제약이 발생함. (챗GPT)
이는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사람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다.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전문가가 아닌 '단기 임시직'과 같은 인사들이 반복 배치되는 셈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23년 한국행정학회의 발표에서는 순환보직 제도로 인해 공무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으며, 이는 조직의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다.
특히 전문성 축적이 어려운 구조로 인해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 약화되고,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 역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공공서비스 품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 오랜 시간 몸담아 온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현 인사제도 하에서는 어떤 분야에도 특정 세부 주제에 대한 수십 년 이상의 노하우를 갖춘 공무원을 찾기 어렵다.
일본 요코하마시는 공공디자인의 대표적 우수사례로 꼽힌다. 요코하마가 모범적 공공디자인 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는 지난 1971년 일본 최초로 시 산하에 신설된 도시디자인 전담팀이 이후 37년간 일관된 업무를 추진해왔기 때문. 요코하마의 공공디자인팀은 지난 35년간 4명의 시장 밑에서 부서 이동 없이 사업을 진행했고, 도시 디자인 최초 멤버가 지난 2004년 퇴직 후 재고용돼 디자이너로 다시 활동하고 있다. 요코하마의 사례는 전담팀의 전문성과 지속성이 공공디자인사업의 성공을 담보한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 출처 : 제민일보 https://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99390 )
대안으로는 보직의 안정성을 높이면서도, 부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분야의 공무원이 장기적으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하되, 내부 감사나 투명한 평가 시스템을 강화하여 권력 남용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부서 간 협업과 교차 평가를 통해 공직자가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시각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관련 연구와 자료들은 이미 다수 존재한다. "순환 보직 제도는 왜 존재하는가?"(2013)에서는 보직 배치의 비밀을 다루었고, KDI의 "공무원 순환보직에 관한 연구"(2008)와 "정부부문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인사제도의 개선: 순환보직을 중심으로"(2008)에서는 순환보직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한국인사행정학회의 "공직 전문성 강화를 위한 보직관리 등 개선방안 연구"(2013)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공무원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인사제도의 개선은 곧 정부 서비스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공공부문 내에서도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