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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공부문은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는가?

왜 공공부문은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는가?


2013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3자 회담에서 “국정원 개혁안을 국정원이 스스로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자”고 밝혔다.

당시 야당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자기 조직을 자기 손으로 개혁하라”는 제안은, 책임 회피이자 기만이라는 이유였다. 감시받아야 할 조직에 ‘자기 개혁’을 맡기는 건, 마치 검찰개혁을 검찰에 맡기는 것과 같다.

혁신의 실행자가 기존 체제의 산물이라면, 혁신은 시작부터 자기모순적 구조를 안고 있다.

이 구조는 지금의 공공부문 혁신 시도에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혁신행정담당관’, ‘혁신어벤저스’와 같은 제도가 존재하지만, 이들에게는 기획·설계 권한이 없다.

기존 관료조직 내부자에게 ‘혁신의 실행’을 위임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들은 혁신을 설계할 위치가 아니라, 혁신을 뒷받침할 위치에 있어야 한다. 혁신은 내부자 교육이 아니라, 외부자의 제도적 진입으로만 가능하다.



I. 현황 및 문제점


1. 혁신을 맡은 주체가 체제 내 ‘기존 질서의 수호자’일 때, 혁신은 무력화된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사고 교육’, ‘혁신역량 강화 워크숍’이 지속되고 있지만, 실질적 변화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디자인적 사고’를 이식하는 것이 혁신이라 착각하는 데서 비롯된 오류다.

혁신이란 새로운 사고방식을 조직에 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과 역할을 조직에 들이는 것이다.

> 교육은 교육이지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다르게 작동하는 사람’이 공직에 참여해, 다르게 설계하는 구조를 갖출 때 비로소 발생한다.


2. 현재 공공부문에 존재하는 ‘혁신조직’은 실질적 혁신 권한이 없다


공공조직 내 다수의 ‘혁신조직’은 형식상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기획·전략의 권한이 없는 부서로 기능하고 있다.

이들 부서는 새로운 정책을 설계하거나 구조를 전환하는 데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며, 대부분 타 부서의 실행 계획을 보완하거나 ‘혁신적’이라고 포장하는 역할에 머무른다.

특히 공공 내 ‘혁신조직’이라 불리는 대부분의 팀은 경영평가·리스크 관리 기능과 병합된 구조로 편성되어 있다. 즉, 이들은 혁신을 실행하는 조직이 아니라, 타 부서의 실행을 평가·관리하는 부서로 존재한다. 혁신의 방향을 잡기보다는 결과를 점검하고 서류를 정리하는 부서로 기능하게 된다. 이는 애초부터 혁신조직이 갖춰야 할 기획력, 실험권한, 조정 권한이 부여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디자이너 또한 이 안에서 '전문가'가 아닌 '외부 자문'이나 '실행 위탁 대상'으로 취급된다. 혁신의 실질적 설계 권한은 여전히 행정 내부자(공무원)의 손에 있으며, 디자인 기반 접근은 형식적 '참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행정 내 ‘혁신조직’은 역할과 권한이 불일치된 구조에서 무력화되고 있으며, 디자이너는 설계자가 아닌 후속 실행 보조자로 전락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 내 혁신의 구조적 실패는 이와 같은 거꾸로 된 역할 분장에서 기인한다.



II. 정책제안


<1단계: 제도화 기반 정비>


1. 정책디자이너 채용 및 직제 신설

  • 목표: ‘디자인 기반 정책혁신’의 제도적 실현
  • 조치:
  • 정책디자이너 전담 직제(Public Policy Designer, PPD) 신설
  • 「공무원 직무기술서(JD)」에 정책설계 및 실험 중심 직무로 명기
  • 기존 정책기획·전략 부서 내 직무 통합 또는 신설 가능
  • 총 필요 인원: 약 2,100명 (PDT 1,920명 + 정책랩 180명)
  • 채용방식:
  • 외부 민간 디자이너·전문가 정규직 채용
  • 순환보직 배제, 프로젝트 기반 성과평가 방식 도입
  • 5년 임기형 계약직 → 성과 기반 갱신제 병행 가능


2. 정부혁신디자인위원회 설치 (대통령 직속)

  • 목표: 국가 차원의 정책설계 혁신 총괄 기구 마련
  • 역할:
  • 정책디자인 표준 가이드라인 개발
  • 중앙·지방 정책랩 및 PDT 운영 조정
  • 정책 프로토타입 단계별 심의 및 예산 연계 조정
  • 국정과제 UX평가 및 실행 점검
  • 구성: 디자이너, 전략기획자, 정책평가자 등 민간 주도형 위원회



<2단계: 조직화 실현>


3. 정책디자인팀(PDT) 설치 및 운영 내재화

  • 목표: 각 기관별 상시 정책설계 역량 확보
  • 구성: 기관별 3~5명 내외 디자이너, 리서처, 퍼실리테이터
  • 대상 기관: 약 640개 공공기관 및 기초·광역 지자체
  • 역할:
  • 정책 아이디어 기획, 사용자 중심 리서치, 정책 시나리오 개발
  • 기존 부서와 협업하여 정책디자인 지원
  • 조직 위치:
  • 부서 단위가 아닌 기관장 직속 또는 전략기획실 산하 전담팀 설치


4. 광역 중심 ‘정책랩(Lab)’ 체계화

  • 목표: 광역 차원의 정책 실험 및 부처 간 협업 구조 실현
  • 대상: 광역지자체 17개 + 대통령실 산하 1개 (총 18개)
  • 인력 규모: 각 랩별 10명 내외 (총 180명)
  • 기능:
  • 지역 정책 실험기획 및 실증
  • 기관 간 시범사업 설계 및 평가
  • 정책 전환 모델 제안 및 제도화 지원
  • 참고 사례:
  • 영국 Policy Lab + What Works Centres
  • 핀란드 Design for Government
  • 서울시 정책디자인 랩 초기 모델


<3단계: 문화 정착>


5. 실험 중심 조직문화 및 지표 도입

  • 목표: 실패를 허용하고 학습 가능한 정책조직 문화 정착
  • 세부 전략:
  • 정성적 정책효과 탐색지표(KLEI: Key Learning & Experimentation Indicator) 개발
  • 도입성과(KPI)보다 ‘학습성과’ 중심 지표 설계
  • 리스크관리 중심의 ‘형식 평가 체계’ 구조조정
  • 제도 연계:
  • 정책실험의 정량성과 정성평가 병행
  • 정책 예산배정 및 차년도 추진여부와 연계


6. 공무원 대상 디자인 감수성 교육 (보완전략)

  • 목표: 외부 디자이너와 협력 가능한 공감역량 확보
  • 방향:
  • ‘디자이너 되기 위한 교육’이 아닌, ‘협력자를 위한 교육’
  • 사용자 중심 관점, 문제 재정의, 프로토타이핑 방식 기초 이수
  • 내용:
  • ① 정책기획자용 디자인 사고 입문
  • ② 조직별 UX 기반 정책 수요 진단
  • ③ 공공 부문 리빙랩 실습 프로그램 등
  • 교육 방식:
  • 정책디자인 위원회 또는 광역 정책랩과 연계한 공동 교육 플랫폼 운영
  • 연간 5천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온라인·오프라인 병행 교육체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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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화 기반: ① ②

조직화 실현: ③ ④

문화 정착: ⑤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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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의사항

본 제안은 모든 공공조직이 동일하다는 일반화를 전제로 하지 않음.

그러나 ‘내부 인력에게 혁신을 맡긴다’는 구조 자체가 혁신을 무력화시키는 공통된 자기모순이며,

이는 중앙부처, 공공기관, 지자체 등 다양한 행정조직에서 유사하게 반복되고 있음.


또한 본 제안은 “디자인 교육이 무용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공무원 대상 디자인 교육은 실행자가 되기 위한 훈련이 아니라, 혁신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문화 기반 조성의 전략적 수단으로 필요하다.

즉, 공무원은 ‘정책디자인의 직접 실행자’가 되기보다는, 외부 디자이너와 협력할 수 있는 조직 내 공감자(enable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때 디자인적 사고와 수요자 중심의 문제정의 방식에 대한 기초 이해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디자인 교육은 ‘실행력 강화’가 아닌 조직 내 혁신 친화적 감수성 확보를 목표로 재구성되어야 하며,

공무원 교육과 디자이너 채용은 병렬적 전략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하나는 다른 하나의 대체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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