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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상은 바뀌는데 공공기관 조직은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을까요?

세상은 바뀌는데 공공기관 조직은 왜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을까?


2024년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고령자, 장애인,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과 서비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기관 조직은 여전히 전통적인 관료제적 구조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와 디지털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프 멀건(Geoff Mulgan)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24년 '공공기관설계연구소(The Institutional Architecture Lab, TIAL)'를 설립했습니다. TIAL은 공공기관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넘어, 현대 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기술, 시민의 기대에 맞는 조직 설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기존 조직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조직 구조 자체를 새로운 관점에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멀건은 공공기관이 "수요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조직 구조와 역할, 기능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서비스디자인(Service Design) 개념을 도입하여 조직 운영 전반을 수요자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서비스디자인은 단순히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와 수요자 간의 모든 접점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은 대부분 상명하달식의 수직적 구조와 부서 간의 사일로(silo)화된 운영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은 민첩하고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특히 사회적 약자와 디지털 소외 계층을 포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공공서비스가 고령자나 장애인에게 불편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서비스디자인의 핵심 원칙은 사용자 중심 접근(user-centered approach)입니다. 이는 공공기관이 정책을 설계할 때부터 사용자의 경험을 고려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을 통해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NHS, BBC, 오픈 유니버시티(Open University)와 같은 혁신적인 공공기관들은 이러한 서비스디자인 원칙을 반영하여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네트워크형 조직 구조와 '메시(mesh)' 방식의 협업 체계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접근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1. 공공기관 설계 전문성 강화: 공공기관 조직 설계를 위한 전담 연구소나 지원 기관을 설립하여, 정책 설계 단계부터 서비스디자인 관점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2. 조직 구조의 유연화: 상명하달식의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나, 서비스디자인 개념을 반영한 네트워크형 조직과 프로젝트 중심의 조직 체계를 도입해야 합니다.
  3. 데이터와 지능의 활용 강화: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정책 결정 과정에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증거 기반 접근을 강화해야 합니다.
  4.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강화: 시민, 전문가, 서비스디자이너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을 촉진하는 조직 설계가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은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와 환경에 맞추어 조직 설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이 단순히 행정적 기능을 넘어, 국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혁신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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