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정책과학기술
No.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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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91]추천 7조회 329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을 도전적 시행착오가 가득한 혁신 국가, ‘Scale-up Korea’로 만들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을 도전적 시행착오가 가득한 혁신 국가, ‘Scale-up Korea’로 만들 수 있을까요?

 

이정동 교수(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의 질문

 

 

1. 질문의 맥락

 

❍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어떻게 갈 것인가?”인데, 우리 정부는 준비가 되어 있나요?

 

① 추격자 전략의 한계

•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모범이 없는 길’, ‘정답지가 없는 길’, ‘교과서에 없는 길’입니다.

- 우리나라는 그간 선진국에서 정립된 비즈니스 모델, 선진국이 이미 앞선 길을 보여준 선진 기술, 지배적 디자인이라 불리는 탁월한 제품 등을 빨리 벤치마킹(benchmarking)하여 더 성능 좋게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노력해왔고,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사실상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아무도 길을 모르는 혼돈의 세상 속에서 우리 산업계와 과학·기술계가 벤치마킹을 찾고자 하는 루틴(routine)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 과거 추격의 기억을 뒤로 하고, 이제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로 나가는 도전적 루틴을 어떻게 도입할 것이냐가 가장 큰 숙제입니다.

 

② 기술 및 산업 표준 주도권 문제

• 기술의 세계, 산업의 세계에서 특히 현대적인 의미에서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표준’입니다.

- 기술표준이 한 번 만들어지면 그 표준을 따르지 않고는 물건을 만들 수 없고, 만들어도 소용이 없으므로 그 표준을 장악한 자가 곧 비즈니스의 질서를 장악하는 것이며 산업의 지형도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 오래도록 산업의 경험을 쌓아왔던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은 과거 비즈니스 질서를 결정하는 기술 표준의 종주국들이었습니다.

- 최근 중국 딥시크(DeepSeek) 모델의 등장을 보면서 우리가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중국이 또 다른 전략으로 기술표준이라는 모범을 창출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중국은 전기차 모델, 고속철도 모델, 배터리 모델 등에서 새로운 중국발 기술표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중국이 ‘중국의 개념 설계’를 통해 사실상 ‘벤치마크(benchmark)’로 등장하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중국이 기술표준을 제시하는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입니다.

- 우리가 그간 선진국의 표준이 교과서라 생각하고 열심히 따라왔는데 다른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상황이 된 것이며, 우리가 이 교과서 저 교과서를 수입하면서 그걸 더 잘 수행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단계에 직면했다 할 것입니다.

 

③ 우리만의 고유한 개념 설계 필요

• 새로운 개념 설계를 만들기 위한 비법은 단 두 가지로, 첫째는 남들이 해보지 않은 문제(최초의 질문, 담대한 비전 등)를 풀어보자고 나서야 하는 것이고, 둘째는 조금씩 시행착오를 쌓아가면서 개선해 나가는 것, 즉 스케일업 해나가는 것입니다.

- 과거와 같이 벤치마킹을 통해 ‘표준을 만든 이들의 꿈’을 쫓아가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이 고유하게 이걸 했으면 좋겠다.”라는 우리만의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 그 비전은 누구도 던져보지 않은 질문이라 해답이 없으므로, 버전 1, 버전 2, 버전 3을 만드는 과정 즉 조금씩 시행착오를 거치며 개선해 올라가는 ‘스케일업(Scale-up)’ 과정을 반드시 겪어야 합니다.

- 다시 말해 우리만의 고유한 개념 설계, 대한민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제시하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스케일업’을 하는 것입니다.

 

④ 제조업 기반 활용 필요

• 우리가 해왔던 일(제조업)이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 그간 우리는 상당한 인적자원을 쌓아 왔습니다. 중요한 건 제조업 기반을 쌓아 제조 역량이 전 세계 5위 수준이며, 특히 한국 제조업은 반도체부터 해양 플랜트, 우주 발사체에 이르기까지 풀 패키지(full package)를 가지고 있다는 매우 큰 장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 현재 미국이나 중국 등 전 세계가 제조업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 아니며 현장에 제조업이 함께 있어야 혁신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 ‘혁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을 통해 우선 적용해 보고, 그것이 되는지 안 되는지 살펴 ‘피드백 앤 포워드(feedback & forward)’ 하는 제조 루프(loop)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 우리는 제조 현장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몇 개 나라(미국·중국·일본·한국)만 가지고 있는 역량이며, 이와 같은 역량에 새로운 질문을 하는 기회를 열어주고 시행착오를 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재원을 투자해야 새로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습니다.

- 제조업은 모든 혁신의 모판이며, 이 제조기반 위에 고급 디자인, 마케팅, 브랜딩을 얹어야 고부가 서비스업이 가능하고, 결국 독창적인 개념설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 해결방안

 

❍ ‘금융 혁신’, ‘인내 자본(patient capital) 확대’, ‘평생 학습체계 구축’, ‘패스트 러닝(fast learning) 문화 정착’, ‘국회의 역할’이 혁신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➀ 금융 혁신

• 우리나라 금융은 은행 중심의 예대 마진 구조에 의존하는(전 세계 금융권을 다 비교해 봐도 이런 식으로 돈 버는 데 없는) 보수적 수익 모델에 머물러 있으므로, 금융이 산업의 도전과 확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구조로 개혁해야 합니다.

- 금융은 산업의 그림자이며, 둘 중 하나가 없이는 다른 하나가 설 수 없어 산업과 금융은 함께 발전하는 것입니다.

-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과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콜럼버스 항해를 지원했던 사례에서 보듯이, 금융은 위험과 책임을 분산하고 혁신을 가능하게 합니다.

- 창조적 파괴를 열어나가는 데 있어 “금융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고 할 때, 콜럼버스의 항해를 뒷받침했던 금융이야말로 금융의 본모습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 금융은 그런 면에서 산업계가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스케일업 해 나가는 데 있어 필연적으로 따르는 위험을 함께 나누어서 부담해야 하는 것입니다.

- 그러나 우리 산업을 위해 금융을 담당해야 하는 은행은 예대 마진을 통해 가만히 앉아서 기록적인 수익을 내고 있을 뿐 산업계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스케일업 해 나가는 데 있어 오히려 장애 요인이 되고 있으므로, 제 역할을 하도록 획기적인 금융혁신을 해야 합니다.

 

➁ 인내 자본(patient capital) 확대

• “한 국가의 ‘새로운 개념 설계’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의 정도와 “그 나라 금융의 ‘인내 자본’ 성격이 얼마나 큰가?”와는 정확히 일치합니다.

- 우리나라 기관 투자 또는 정부 R&D 자금, 정부 산업 지원 자금, 벤처 지원 모태 펀드 등을 통틀어 ‘인내 자본’이라고 합니다.

- 미국은 벤처 펀드를 통해 1개의 벤처 성공을 위해 100개 벤처를 모두 뒷받침하는 투자를 하며, 성공한 1개의 벤처를 통해 실패한 99개의 벤처 투자비를 커버합니다.

- 현재 우리의 금융 관점에서 보면 각자도생의 시대라 할 정도로 인내 자본이 상당히 취약해진 상태입니다.

- 중요한 인내 자본 중 하나가 ‘정부 투자’이며, 정부 투자 가운데 기업에 대한 R&D투자, 대학에 대한 R&D투자 등 ‘국가 연구개발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 갑작스럽게 국가의 R&D 예산이 삭감되는 일은 절대로 반복되어서는 안 되며, 금융에 있어 인내 자본을 확대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쌓아가면서 개선해 나가는 스케일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➂ 평생 학습체계 구축

• 결국 혁신은 사람이 하는 것이며, 우리 정부는 대학을 졸업하는 23세부터 80세에 이르도록 모든 국민의 평생 학습을 지원할 국가 차원의 평생 학습체계, 즉 Learning Korean을 구축해야 합니다.

-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에 매년 70조 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되지만, 대학을 제외하고 23세부터의 성인 교육은 고용보험 연계 환급금과 일부 재정 사업을 포함해 연간 3~4조 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 이와 같은 성인들에 대해서는 교육 중심이 아닌 학습 중심의 국가적인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 나이 50대 후반의 베이비부머가 1년에 100만 명씩 나오는 현실에서, 국가는 이들에게 학습의 기회라는 최고의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 것입니다.

-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질 기회’와 ‘작게나마 시도할 수 있는 스케일업’을 지원함으로써 우리가 가진 산업의 넓은 포트폴리오(portfolio)를 더욱 강화할 수 있습니다.

- 특히 산업별·지역별·레벨별 맞춤형 학습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반도체·건설·화학·디자인 등 다양한 산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개인의 능력을 더 높이거나, 다른 분야와 융합하거나, 다른 분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때 대학은 평생 학습의 전진기지가 되어야 합니다.

∙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다양한 산업에 수많은 사람이 종사하고 있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맞게 전환해야 하는 아주 거대한 과제를 안고 있으나, 이와 같은 과제는 다른 나라는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과제이므로, 정부는 이들이 역량을 평생 펼칠 수 있도록 국가적인 평생 학습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합니다.

 

➃ 패스트 러닝(fast learning) 문화 정착

• 중요한 건 빠른 실패(fast fail)가 아니라 빠른 학습(fast learning)이며, 실패 자체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짧은 주기로 시도하고 배움을 극대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 6개월, 심지어 분기 단위로 해당 버전의 일(도전)을 무조건 끝내고 결과를 봐야 하며, 결과에 대한 성공이냐 실패냐를 묻는 것이 아닌 해당 도전을 통해 배움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혁신의 사례들은 패스트 러닝의 산물이고, 로드맵을 앞선 최초의 혁신 사례로 기록된 64메가 D램 개발(1984년부터 본격적으로 D램 개발을 시작해 10년 만인 1994년 개발 성공) 역시 매주 수요일 아침 7시마다 삼성전자 전 부서가 모여 수요 공정회의라는 학습을 통해 만든 결과물이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상당히 유명해질 정도의 패스트 러닝을 위한 메커니즘이었습니다.

- 결국 혁신은 여러 시도와 실패의 학습이 누적된 결과이며, 스케일업 해서 결국 완성에 다가갔다는 의미입니다.

 

➄ 국회의 역할

• 신기술을 육성하고, 신기술이 사회에 안착하게 하며, 기존 이해관계가 있는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 다른 주체들이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드는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국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 국회는 법과 제도를 통해 신기술에 옷을 입혀주는 역할을 하는데, 유전자 편집 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 모든 신기술은 야수와 같아서 어디에 쓰일지 모르기 때문에 의회가 법과 제도를 통해 반드시 맞춤형 옷을 만들어 입혀야 합니다.

- 다시 말해 국회가 법과 제도를 만들 때, 사전에 길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기술과 함께 공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 따라서 국회는 새로운 기술들을 알아야 하며, 기술과 마찬가지로 법과 제도 역시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버전 1, 버전 2, 버전 3 만드는 과정 즉 조금씩 시행착오를 거치며 개선해 올라가는 법·제도의 ‘스케일업(Scale-up)’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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