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대의 가스보일러를 탄소 중립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왜 히트펌프를 고민하지 않을까요?
1,500만 대의 가스보일러를 탄소 중립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왜 히트펌프를 고민하지 않을까요?
권필석 소장(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의 질문
1. 질문의 맥락
❍ 우리는 상당한 수준의 히트펌프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탄소 중립과 거리가 먼 가스보일러를 언제까지 써야 할까요?
① 탄소 중립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사용
• 우리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면서도 여전히 일상 속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탄소 배출을 하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가솔린이나 디젤을 연료로 하는 자동차를 타고, 가스보일러를 이용해 난방을 하고 있습니다.
-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정용 난방기기로 히트펌프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여전히 가스보일러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 특히 유럽은 탄소 중립 목표에 맞춰 히트펌프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독일은 2024년부터 연간 50만 대의 히트펌프 설치 목표를 세우고, 영국은 2028년까지 연간 60만 대 보급을 목표로 다양한 보조금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미국에서도 히트펌프 보급이 꾸준히 증가하여 2022년에는 판매량이 430만 대에 달하며, 천연가스 보일러 판매량을 넘어섰습니다. 또한, 미국 정부는 ‘IRA(Inflation Reduction Act)’를 통해 히트펌프 설치비 지원을 확대하고, 주별로 추가적인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며 보급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기존 가스보일러보다 효율이 약 10% 향상된 콘덴싱 가스보일러를 친환경 제품으로 포장해 오히려 화석연료 보일러의 확산을 지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② 유럽, 미국 등 히트펌프 보급 보편화
- 히트펌프는 외부 열을 이용하여 내부 공기를 따뜻하거나 차갑게 만들어주는 냉·난방 장치로, 냉매의 상태 변화(증발과 응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전달을 통해 저온의 열원을 고온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난방을 합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스 요금이 급등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설치 보조금과 정책 지원이 확대됨에 따라 유럽에서는 히트펌프 보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시민들이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히트펌프로 전환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히트펌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설치 인력이 부족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 아이러니한 점은 LG와 삼성이 세계적인 수준의 히트펌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수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히트펌프를 설치해 사용하는 가구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③ 전기화를 저해하는 누진 요금제
• 전기 사용 정도에 따른 누진 요금제는 전기화를 고민하는 각 개인에게 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현재 우리나라에 보급되어 있는 도시가스 보일러는 1,500만 대 수준(가스안전공사 전국 도시가스 보일러 현황 DB)이며, 하루아침에 1,500만 대 모두를 교체할 수 없으므로 가스보일러의 수명을 고려하여 10년 정도를 계획하여 전기화해야 합니다.
- 일부에서는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결국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소비하는 것이므로 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전력망은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전기를 직접 활용하는 기술(예: 전기차, 히트펌프 등)은 화석연료를 직접 연소하는 장치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전기차의 에너지 변환 효율이 더 높듯이, 히트펌프 또한 가스보일러보다 적은 에너지로 더 많은 열을 생산할 수 있어 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큽니다. 따라서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난방과 이동 수단을 포함한 전반적인 전기화가 필수적입니다.
- 그러나 현재의 전기 요금 체계, 특히 누진 요금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가스보일러를 히트펌프로 전환하는 것은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효과적인 전기화 전환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전기요금 개편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2. 해결방안
❍ 탄소 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1,500만 가스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는 히트펌프를 적극 도입해야 합니다.
➀ 히트펌프 전용 요금제
• 히트펌프의 장점(고효율, 친환경성)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현재의 누진 요금제를 개선하거나 히트펌프에 맞춘 별도의 요금제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전기차의 경우 가정에서 충전할 때 일반 누진 요금과 별개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가 적용됩니다.
- 히트펌프 전용 요금제를 도입한다면, 난방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➁ 히트펌프와 재생에너지 연계
• 히트펌프와 열 저장소를 활용하면 남는 전기를 효과적으로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재생에너지가 많이 생산될 때, 히트펌프를 이용해 미리 뜨거운 물을 데워 보온성이 뛰어난 탱크에 저장해 두면 이후 난방이나 온수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배터리보다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이며,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 현재 제주도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출력 제어)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전기차나 히트펌프를 건물에 많이 설치하면, 재생에너지가 과잉 생산될 때 남는 전력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어 전력 사용의 유연성이 높아집니다.
• 이러한 방식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망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면서 전기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해결책이 됩니다.
➂ 히트펌프와 패시브 하우스 및 도시가스 소외지역 연계
• 패시브 하우스는 단열과 기밀성이 뛰어나 마치 보온병처럼 열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집이므로 난방 에너지가 적게 필요하기 때문에 히트펌프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패시브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통해 누진 요금을 피하면서도 히트펌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히트펌프는 아직 일반적인 보일러만큼 대중적이지 않으며, LG나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서도 주거용 히트펌프 제품 라인업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 이에 대한 개발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 아울러 도시가스가 닿지 않는 지방에서는 아직도 LPG나 등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방식은 비효율적이므로 히트펌프와 태양광을 함께 설치하면 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난방이 가능할 것입니다.
➃ 아파트형 히트펌프 시범 단지
• 히트펌프를 본격적으로 확산시키려면 신규 택지에 히트펌프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아파트에 적용할 히트펌프 기술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해외에서도 사례가 적어 참고할 곳이 없으므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시범 단지를 조성해 히트펌프 아파트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 신규 택지에 히트펌프 기반의 시범 단지를 조성하고, 태양광과 결합하여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방식으로 히트펌프가 우리나라의 주요 난방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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