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평등
No.3844
추천 15조회 46702-25
[No.38]추천 15조회 467

어쩌다 대한민국은 불평등 공화국이 되었나요?

김윤태 교수(고려대학교 공공정책대학 정치사회학)의 질문Q


1. 질문의 맥락

 

❍ 불평등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의 궁극적이자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요?

 

① 1987년 한국의 민주화 이후 1990년대 초반부터 불평등이 점점 커졌는데, 2025년 현재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 정치 민주화로 인해 불평등이 커진 것은 아니지만, 정치 민주화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은 커지고 있습니다.

- 자본주의는 효율적인 경제 제도이지만, 자동적으로 불평등을 줄이는 제도는 아닙니다. 자본주의에서 어느 정도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 불평등은 노력을 위한 동기를 자극하는 점은 있으나, 불평등이 너무 지나치면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발생합니다.

- 이는 국가가 불평등을 줄이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② 불평등으로 다양한 사회 문제 발생

·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자살율은 가장 높습니다. 가히 출산 불평등, 죽음 불평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선진국 가운데 사회적 신뢰가 가장 낮고 입시 경쟁과 취업 경쟁이 지나치게 높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인의 행복감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 1980년대 이전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100:80 수준인데 비해, 2025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소득 격차가 100:6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소득 격차도 거의 100: 60 수준입니다.

- 파리경제대학의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한국의 상위 1% 소득은 전체 소득의 25% 수준, 상위 10%는 전체 소득의 45% 수준을 차지합니다.

- 한국에서 상위 10% 소득을 받는 대기업, 공기업 정규직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에서 학생들은 상위 10%의 대학 진학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결과적으로 세계 최고의 사교육비 지출 국가가 되었습니다. 입시 제도를 아무리 바꾸고, 서울대를 수십 개 만들어도 불평등을 줄이지 않으면 과잉 경쟁은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 강남의 높은 부동산 가격도 지나친 사교육과 입시 경쟁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노인층과 청년층이 극우 포퓰리즘에 휩쓸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 한국에서 가장 빈곤층은 은퇴 노인층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45% 수준)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인 자살률을 유발했습니다.

- 청년 취업난과 비정규직의 급증으로 청년층의 빈곤화가 심화되며, 저소득 청년층 가운데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N포 세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 정치 유튜브와 종교 단체에서 소외된 노인층과 청년층에게 심리적 만족감, 정치적 효능감 등 영향을 미쳤을 때 극단적이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불평등은 저소득층의 교육 투자를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 구매력을 약화시켜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불평등은 사회적 차원에서 사회적 분열과 미래에 대한 비관주의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관적 계층 의식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 1987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7천 달러 수준이었고 당시 국민의 80%는 중산층이라 생각했던 반면, 2025년 1인당 GDP가 4만 달러 수준에 도달했지만 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국민은 5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 한국의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안전망이 매우 취약하여 중산층도 ‘추락의 공포’를 갖고 있습니다.

- 동시에 자신의 자녀가 자신보다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가질 것으로 보는 비관주의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산층은 불안합니다.

- 인간의 삶의 만족은 절대 소득이 아닌 ‘상대 소득’의 영향으로부터 더 크게 받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유시장을 옹호하고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린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한 말입니다.

· 2010년부터 인터넷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결과의 불평등도 지나치게 커지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특히 부모의 소득과 자산이 자녀에게 세습되는 사회를 가장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층은 누군가 부모의 사회적 인맥으로 자녀의 입시와 취업에 부당한 특혜를 주는 것을 극히 혐오하고 절망합니다.

· 한국인의 행복감은 선진국 중 가장 낮습니다. 선진국과 반대로 청년과 노인의 행복감이 낮습니다. 가히 ‘행복 불평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인들은 행복하지 않을까요? 왜 물질적 성공과 정신적 실패의 역설이 발생했을까요?

- 자본주의가 만든 지나친 불평등을 줄이는 노력을 국가가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③ 국가가 불평등을 줄이는 노력은 정치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습니다.

· 첫째, OECD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국이 가운데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답변이 80%를 넘어 선진국 중 가장 높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답변은 20% 수준으로 가장 낮습니다.

- 이 점이 불평등을 줄이려는 국가의 딜레마입니다. 한국 국민은 불평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국가가 뭔가 해결해주기를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정부와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입니다.

- 둘째, 한국인의 70~80%가 한국이 북유럽 복지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하지만, 세금 인상에 거부감이 강합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원하는 모순적 요구로 정치권은 딜레마에 부딪힙니다.

- 한국 국민은 불평등이 크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국내총생산, 성장율, 대기업이 주도하는 양적 성장에 관심이 큽니다. 지난 70년 동안 개발독재 시대에 이런 생각만 강요당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 설정과 해결 방안의 딜레마는 정부와 정치권에 어려운 숙제라 하겠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불평등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기업은 경제 성장에 기여하지만, 스스로 불평등을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우수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야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평등을 줄이는 노력에서는 정치권의 책임이 큽니다.

 

③ 한국인이 선택한 두 가지 원리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

· ‘1인 1표’의 민주주의와 ‘1주 1표’의 자본주의는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서로 타협, 균형, 공존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의 평등을 원칙으로 추구하나, 자본주의는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최소 정의이지만, 불평등으로 사회의 질이 나빠지면 결국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 민주주의’가 정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2020년 미국의 의회 폭동과 2025년 한국의 법원 폭동도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입니다.

- 정치의 근본적 목표는 그 사회의 경제적 성과가 모든 계층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분배의 정의, 즉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해밀턴 프로젝트’). 특히 젊은 세대 또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공정하고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복지 국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 불평등을 줄이는 일은 기업이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치 지도자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민주당이 경제 민주화와 사회정의를 포기한다면 민주주의의 질은 나빠질 것입니다.

 

2. 해결 방안

 

· 정치 지도자는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사람입니다. 국회와 정부는 불평등을 줄이는 경제 제도(혁신성장)와 사회 제도(포용국가)의 개혁을 추구해야 합니다.

 

➀ 경제 제도의 개혁 (혁신 성장)

 

· 선진국 가운데 어떤 나라도 성장율 5%,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글로벌 대기업 30개 등 이런 식의 선거 공약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선진국은 청년 일자리 몇 개, 빈곤율 절반 감소, 아동 빈곤율 2/3 감소, 과학기술 2배 투자 등 공약을 제시합니다(물론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민과 관세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 역시 노동자의 빈곤화와 불평등 증가의 원인을 외국인과 자유무역 탓으로 돌리는 극우 포퓰리즘의 잘못된 성공의 결과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의 진보 정당들은 교육, 직업 훈련, 보건, 임금, 연구개발(R&D) 투자와 기후 정의, 재생 에너지 비율 등 복지, 일자리, 기후 공약에 관심이 큽니다.

· 한국의 불평등은 복지를 통한 2차 분배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1차) 소득 분배도 중요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보완 등 경제 민주화가 필요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를 줄이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세계 인권선언)이 실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벌 대기업 기업지배구조의 개혁이 필수적입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기업에서 임금 격차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 한국 경제에서 재벌 대기업의 영향력이 매우 크고 정치적으로 개혁이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주도하여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합니다.

- 물론 경제개혁은 기업의 창의성을 키우는 ‘혁신 성장’을 주도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는 대신 ‘기업가형 국가’(영국 경제학자 마리아노 마추카도 교수의 아이디어)를 강화해 적극적인 산업정책과 선제적 과학기술 투자도 중시해야 합니다. 미국의 인터넷 산업의 성공 이면에는 실리콘 밸리의 벤처 투자자도 있었지만 사실은 연방정부의 막대한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현재 재생 에너지,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등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해 기업 투자가 소극적인 분야에서 국가의 전략적, 창의적, 실험적 역할이 중요합니다.

 

➁ 사회 제도의 개혁 (포용 국가)

· 현재 한국의 조세 부담률과 사회지출 예산 비율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경제 10위 국가의 위상에 맞게 조세와 복지 수준을 조정해야 합니다. 특히 교육과 보건 예산은 정부 지출이 아니라 사회투자라고 정치권이 역설해야 합니다.

- 복지는 단지 빈곤층을 위한 현금 지원이 아닙니다. 공공부조와 실업급여에 대한 중산층의 지지는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복지는 모든 국민을 위한 보편적 교육과 보건을 위해 우선적으로 투자한다고 강조해야합니다. 공교육 강화와 대학, 연구개발 투자를 중시해야 합니다. 이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주장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선거 공약에서 ‘성장, 복지, 교육의 삼각형’과 균형을 적극적으로 강조해야 합니다.

· 선진국의 역사를 보면, 가난한 사람을 돕는 공공 부조와 현금 지원이 아니라 공교육과 보편적 사회보험의 발전이 불평등 감소 효과가 큽니다.

∙ 한국의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개인 사업자)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가입율이 절반 수준에 그치는 데, 이를 시급하게 줄여야 합니다. 네덜란드는 비정규직이 많지만, 보편적 사회보험 혜택을 받기에 소득 격차가 적고 삶의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 물론 사회 제도 개혁을 위한 조세 인상은 정치권의 큰 부담이 됩니다. 유럽 정치에서도 증세는 정치인의 유언장과 같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서 증세의 단계적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복지는 지지하지만 단계적 증세를 기대하는 중산층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조세 회피 및 탈세 방지 강화가 필요합니다. 둘째, 조세 정의를 강조하고 부유층부터 단계적으로 누진 소득세를 인상해야 합니다. 셋째, 교육, 보건 등 보편적 복지 혜택을 통해 중산층 지지가 커짐에 따라 장기적으로 보편 증세를 설득해야 합니다.

- 성공한 복지국가를 보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습니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부패를 척결하고 투명한 예산 집행, 주민 참여 예산 제도, 감사원의 역할 강화 등을 위한 ‘반부패 개혁’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➂ 경제 제도와 사회 제도 개혁을 위한 정치 제도의 개혁 추진 (합의 민주주의).

· 현행 대통령제와 단순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에서 ‘승자 독식 정치’가 등장하고 적대 정치로 격화되어 불평등을 줄이는 경제 제도와 사회 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 장기적으로 권력 구조(대통령 결선투표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의회제)와 선거제도 개혁(비례대표제 확대)을 통한 합의 민주주의를 제도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100년 전 유럽이 미국보다 불평등이 컸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 제도를 개혁하고 불평등 수준이 역전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정치 제도 개혁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불평등을 줄이기 어렵습니다.

· 현재 민주주의에는 많은 도전이 있지만, 2016년 촛불 혁명과 2024년 빛의 혁명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미래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사회정의와 통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 정치 지도자는 국민의 현재 욕구를 파악하고 대변하는 동시에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지혜로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만약 정치 지도자가 없었다면 노예제 폐지, 소년 노동 금지, 8시간 노동제, 단체교섭권, 공교육 등 어떤 제도 개혁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일은 기업이나 개인이 이룬 결과가 아닙니다.

- 정상배는 선거만 생각하지만,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합니다. 소확행 공약도 필요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정치인의 비전과 전략도 필요합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 정치 지도자들이 ‘포용성장, 복지국가,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역사적 책임을 다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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