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기후대책농업 임업
No.4732
추천 15조회 59203-21
[No.119]추천 15조회 592

우리나라는 종자 주권국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여름 배추 수급 문제가 야기한 김치 품귀 현상은 익히 들었던 '기후변화는 가장 낮은 위계에 있는 사람부터 찾아간다.'는 말을 이해하는데 충분했습니다. 기후변화로 급변하는 날씨와 해외 주요 생산지의 불안한 정세로 농작물 가격의 변동성은 커졌습니다. 미래에도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먹고 활동하길 바라지만 지구온난화를 지나 지구열탕화 시대가 된 만큼 폭염, 폭우, 이상저온 그리고 따뜻한 겨울로 인한 해충의 피해까지 매해 농사를 짓기 힘들다는 뉴스가 쏟아집니다. 낙관하고 싶지만, 점차 많은 사람들이 폭염을 견딜 에너지 비용과 건강을 유지할 신선한 식품 사이에서 선택을 필요하는 상황이 되리라 예상합니다.


개별 국가로 기후변화와 국제 정세를 제어할 수 없다면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위해 국내 농작물 생산량을 늘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4년 농림축산식품 통계연보¹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식량자급도는 쌀 99.1%, 밀 2.0%, 콩 35.7%로 전체 49.0%이고 사료용 곡물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은 밀 1.1%, 콩 9.3%로 전체 22.2%입니다. 세계 평균 100.7%, 일본 27.6%보다 한참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밀은 빵, 국수, 과자 등 점차 소비량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1984년 정부가 밀 수매제도를 폐지하자 밀 자급률은 떨어지고 수입 의존도는 높아졌습니다. 생협과 일부 농가의 노력으로 다른 국가의 자급률에 비해 낮은 수치나마 유지하고 있지만 이상기후와 병충해, 판로 문제로 참여 농가가 줄고 있습니다.²


국내 밀 생산은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이지만 역설적으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밀의 약 90%가 토종 '앉은뱅이 밀'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앉은뱅이 밀은 키가 작고 병충해에 강한 품종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이 '농림 10호'로 개량했고 노먼 볼로그 박사가 '농림 10호'와 멕시코 재래종을 교잡하여 높은 수확량의 '소노라 64호’로 개발, 보급하였습니다. 노먼 볼로그 박사는 전 세계 식량 문제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³ 이처럼 종자는 보이지 않지만 중요성과 잠재력은 여타 산업에 뒤지지 않습니다.


정부도 종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1962년 농산종묘법⁴, 1973년 종묘관리법⁵ 제정으로 종자 산업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전후로 국내 5대 종묘사 중 농우종묘(농우바이오)를 제외하고 다국적 기업에 매각되어 매년 200억 원의 넘는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2012년 동주팜한농이 몬산토코리아의 종자 사업을 인수⁶하여 소비량이 많은 과채의 종자주권을 찾아왔으나 종자 로열티 지급액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같은 해 정부 주도로 Golden Seed 프로젝트(GSP)를 추진하여 2021년까지 신품종과 브랜드를 955건 개발하였고 사업에 참여한 종자 기업의 매출도 증가하였습니다.⁷ 하지만 전체 종자 기업 중 판매액 5억 미만의 소규모 업체가 89.4%를 차지하고 대부분 채소 종자 개발 중심이며 그마저도 전 세계 4.6% 수준으로 영세합니다.⁸


아직 종자주권국으로 도약은 부족해 보이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세계 주요 곡물 중 콩은 한반도와 만주가 원산지로 다른 국가와 기업은 가지고 있지 않은 야생종 콩이 존재합니다. 전남대학교 정규화 교수는 평생 야생 콩 채집과 연구로 7000여 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⁹ 평생 야생 콩 종자를 연구한 연구자부터 급변하는 날씨에도 포기하지 않는 전국의 농민까지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곡물 종자, 민간은 과채류 종자를 연구•개발했던 기조를 이어받아 Golden Seed 프로젝트의 후속 사업을 추진하고 양질의 유전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종자 수집과 보존을 한다면 식량안보를 걱정하지 않는 종자 주권국가가 될 수 있을까요?


[참고]

¹차예지 정보통계정책담당관, 「2024년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연보」, 농림축산식품부, 2024년 12월 17일, https://www.mafra.go.kr/home/5102/subview.do?enc=Zm5jdDF8QEB8JTJGYmJzJTJGaG9tZSUyRjc4OSUyRjU3MjU4OSUyRmFydGNsVmlldy5kbyUzRmJic0NsU2VxJTNEJTI2cmdzRW5kZGVTdHIlM0QlMjZiYnNPcGVuV3JkU2VxJTNEJTI2cGFzc3dvcmQlM0QlMjZzcmNoQ29sdW1uJTNEJTI2cGFnZSUzRDElMjZyZ3NCZ25kZVN0ciUzRCUyNnJvdyUzRDEwJTI2aXNWaWV3TWluZSUzRGZhbHNlJTI2c3JjaFdyZCUzRCUyNg%3D%3D

²하지혜, 「밀 자급률 ‘역주행’…이상기후·병충해로 생산량 30% 줄듯」, 농민신문, 2024년 07월 03일, https://www.nongmin.com/article/20240703500653

³한옥규 국립식량과학원 전작과 박사, 「우리 유산 ‘앉은뱅이 밀’과 ‘노벨평화상’」, 한국농업신문, 2014년 07월 22일, http://www.newsfarm.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22

⁴「농산종묘법」, [시행 1962. 1. 15.] [법률 제976호, 1962. 1. 15., 제정], https://www.law.go.kr/lsInfoP.do?lsiSeq=1893

⁵「종묘관리법」, [시행 1973. 8. 27.] [법률 제2555호, 1973. 2. 26., 제정], https://www.law.go.kr/법령/종묘관리법/(02555,19730226)

⁶박상규, 「동부팜한농, 몬산토코리아 영업권 인수 의미와 전망 “우량종자 사용료 없이 저렴하게 공급”」, 농민신문, 2012년 09월 17일, https://www.nongmin.com/article/20120916062120

⁷이병성, 「골든씨드프로젝트 10년, 신품종·브랜드 955건 개발 성과, 한국농어민신문, 2022년 09월 30일, 신문 3428호10면,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2648

⁸농식품혁신정책관 첨단기자재종자과, 「한국 농업의 반도체인 케이(K)-종자 디지털 육종 기술로 고부가 수출 산업 씨앗 키운다!」, 농림축산식품부, 2023년 01월 31일, https://www.mafra.go.kr/home/5109/subview.do?enc=Zm5jdDF8QEB8JTJGYmJzJTJGaG9tZSUyRjc5MiUyRjU2NTI2MiUyRmFydGNsVmlldy5kbyUzRg%3D%3D

⁹민병래,「미국에서 수십억 제안했지만 우리 야생콩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 7000여종의 야생콩을 모은 전남대 정규화 교수」, 오마이뉴스, 2020년 07월 26일, https://omn.kr/1rfu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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