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비정규직 문제는 누가 보도하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가전제품 브랜드를 유통하는 마케터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 저는 언론인을 꿈꾸며 종편 메인뉴스의 조연출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꿈꾸는 직종으로 다가갈 수만 있다면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방송국 파견계약직이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으니까요.
결론만 말씀드려서 2015년 당시 최저임금인 세전 약 130만원을 받으면서도 기꺼운 마음으로 2년간 일했으나, 정규직 전환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계속 일하고 싶은 곳에서 떠나게 되었습니다. 18년에는 국영방송국 메인 다큐멘터리 조연출로 커리어를 이어갔으나, 정규직 전환 혹은 커리어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전무할 것을 -어쩌면 너무 늦게- 깨닫고 결국 1년 후 직종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언론은 이러한 현실은 보도하지 않습니다. 친재벌 성향 언론이야 당연할 수도 있겠으나, 자칭 진보언론도 이는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있었던 방송국 기준으로, 신뢰받는 언론인에 지금도 오르내리는 언론인은 비정규직 조연출이 부조정실에서 올려주는 프롬프터, 송출해 주는 리포트 및 VCR, 어깨걸이, 자막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채용 현실을 비판합니다. 비정규직 편집 인력의 도움으로 비정규직 채용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합니다.
우리나라는 언론사 간의 미디어비평이 터부시되는 특성이 있어서인지, 모든 언론사는 비정규직을 너무나 당연하게 쓰고 있습니다. 언론인을 꿈꾸는 다음카페 '아랑'의 구인게시판을 보면 지금도 질나쁜 일자리가 넘쳐납니다. 18년도에 KBS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힌 방송작가의 표준계약서 기반 채용 방침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도 방송작사의 프리랜서 계약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미디어 전문 채용포털 미디어잡은 여전히 파견계약직 일자리가 대다수입니다.
만약 언론사 비정규직의 경력이 공채 응모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이런 글을 쓰지 않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여느 한국 엘리트 문화와 마찬가지로 언론사 또한 기수문화가 강한 곳이고, 그 사회에 들어가기 위한 첫번째 관문인 공채 시험은 기본적으로 학벌을 봅니다. 애초부터 제가 낄 자리가 아니었다는 현실을 깨닫고는 남들에 비해 더 많이 좌절했던 것 같습니다. 내게 그만한 학력과, 학력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로 언론사 취업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요.
다행스럽게도 언론과 무관한 일을 하게 되면서 한국 저널리즘에 대한 환상은 많이 거둬들일 수 되었고, 심지어는 "언론인이 안 되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2015년 가슴뛰면서 방송국으로 출근하던 저의 10년 전 모습을 생각하면서, 지금의 현실을 보면 전혀 바뀌지 않은 현실에 저와 같은 청년은 또 없을지 걱정스럽고, 아무도 이 문제를 비판하지 않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언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망라하여 보도하지만, 언론사 비정규직 문제는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모르거든요.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언론사의 비정규직 문제는 누가 보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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