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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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나라의 재난 대응 체계는 디자인되지 않았을까요?

https://www.ted.com/talks/shigeru_ban_emergency_shelters_made_from_paper?subtitle=ko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는 단순한 해양 참사를 넘어 국가 재난대응체계의 구조적 결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 중심에 있던 진도실내체육관은 실종자 가족들의 임시 거처이자 국가와 국민의 신뢰가 충돌한 공간이었다.

사고 직후 정부는 진도체육관에 가족지원 상황실을 설치하고 식사, 물, 의료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가족들은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며 밤낮없이 체육관에 머물렀고, 자원봉사자들이 음식과 물을 제공했지만 기본적인 프라이버시, 위생, 정신적 케어는 전무했다. 장기간 체육관 점유는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번졌고, 결국 일부 가족들은 압박에 의해 다른 임시거처로 이동해야 했다. 그러나 그조차도 체계적인 지원이 아닌 ‘자리 옮기기’에 불과했다.


이러한 대응은 일본의 동일본대지진 사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일본의 경우, 건축가 반 시게루가 설계한 종이관 임시주거 시스템(Paper Partition System)은 피해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사생활과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을 빠르게 제공했다. 체육관과 같은 대피소에 종이 구조물로 칸막이를 설치함으로써 가족 단위의 공간을 구획하고,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일본 정부는 민관협력하에 이러한 공간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고, 임시거처의 품질과 회복 탄력성을 제도화했다.


반면 한국은 세월호 사고 발생 200일이 지나도록 진도체육관 임시거처의 모습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물자나 자원의 부족이 아닌, ‘재난을 인간 중심으로 관리한다’는 관점의 부재를 드러낸다.

공간디자인은 단순한 편의가 아닌 생존과 회복의 시작점이다. 가족들이 오랜 시간 체육관에 머무르며 겪은 불안, 불신, 갈등은 결국 정부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재난 ‘대응’ 자체의 기술적 수준보다, 재난을 ‘관리’하는 철학과 체계의 부재를 문제 삼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천막이나 더 큰 체육관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고 신속하고 품격 있게 공간을 조직할 수 있는 재난디자인 시스템이다.

그것은 사고를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줄이고 희망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문명적 장치이다.


2025년 4월, 고성 산불 사고로 이재민들이 동광중학교 체육관에 모였다. 진도체육관의 모습과 다름 없었다.

지금도 우리는 진도체육관에 멈춰 있다.



1. 현황 및 문제점


  • 대규모 재난 시 시민은 실시간 정보 부족으로 즉각적 판단과 행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
  • 고령자, 외국인 등 재난 취약계층은 복잡한 문자 중심 안내체계, 대피소 정보 접근에서 더욱 취약.
  • 기존 재난 정보는 전달방식이 추상적·일방향적이며, 물리적 대피 환경도 프라이버시·안전 고려가 부족.
  • 병원 등 임시거처 내 감염관리 수준도 낮아 감염률 평균 5~7%에 이르고 있음.


2. 정책제안


(1) 재난정보 시각화 UX 도입

  • 재난안전포털, 대시보드 등에 상황 정보를 시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다언어·픽토그램·색상 체계로 시각화.
  • 행동 유도 중심의 정보디자인으로 긴급 알림 및 판단을 ‘읽는 것이 아닌 인지하는 방식’으로 전환.
  • 스마트 기기 연동형 디지털 재난 대시보드 개발 (IoT, 위치기반, 사용자 반응형 UI 포함).


(2) 임시거처 공간디자인 모델 개발

  • 고령자, 유아, 여성 등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한 모듈형, 분할형, 감염예방형 공간디자인 적용.
  • 프라이버시, 안전, 위생을 고려한 구조 설계 및 조립형 칸막이 시스템 도입.
  • 디자인 기반 파일럿 적용 → 현장 검증 → 전국 표준모델화로 확산.


(3) 재난대응시스템 전체 구조 디자인 제안

① 사용자 중심 ‘재난대응 여정’ 시나리오 설계

  • 재난 전 → 발생 → 대응 → 복구 → 회복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재난대응 흐름을 시민·현장 근무자·지자체·정부 각각의 사용자 여정으로 설계.
  • 행동 기준과 판단 경로, 정보 인지 지점, 감정 흐름을 시각화한 ‘재난 행동 여정 맵(Journey Map)’ 개발.
  • 취약계층, 외국인 등 별도 시나리오 병렬 개발.

② ‘통합 대응 인터페이스’ 디자인

  • 재난 발생 시 각 부처·기관이 분절된 채 대응하는 구조 대신, 통합 시나리오와 인터페이스 기반의 공동대응 체계로 전환.
  • 부처별 역할을 행정 중심이 아닌 사용자 기준의 인터페이스 설계(Who → Needs → What)로 재정의.
  • 예: 소방·지자체·경찰·보건소가 같은 UI 상에서 실시간 데이터 공유 및 대응 판단을 협업.

③ 실시간 피드백 구조 도입

  • 시민 반응, 현장 상황 변화에 따라 정보를 수정·재전달하는 반응형 UX/서비스 구조 설계.
  • 알림 → 인식 → 행동 → 결과 → 피드백의 루프를 시뮬레이션하고, 그 과정 자체를 지속 학습·개선하는 시스템화.
  • 머신러닝을 활용한 행동 예측 기반 디자인 포함.

④ 재난대응 거버넌스 구조의 서비스디자인

  • 현장과 중앙 간의 단절을 줄이기 위해 재난 대응 조직(본부, 지자체, 현장)의 커뮤니케이션 체계 자체를 재디자인.
  • “누가 정보를 만들고, 누가 책임지고, 누가 시민과 접촉하는가?”라는 흐름 자체를 고객경험(CX) 관점에서 설계.
  • 예: 재난 상황 시 AI 자동 통합 메시지 → 지자체와 기관 연계 → 동일 시나리오 기반 매뉴얼 실행


3. 우수사례 (국내외)


  • 일본 도쿄 방재 매뉴얼: 시각자료로 구성된 비상용 가방 매뉴얼 (다언어, 그림 중심).
  • 대전시 스마트 재난플랫폼: 도시 빅데이터 기반 상황판단 시스템 + 기지국 기반 양방향 문자 알림.
  • 반 시게루의 종이칸막이: 조립형 칸막이로 대피소의 프라이버시 확보 (구마모토 지진 대응 등).
  • 옥외 재난 대비 키트(라이프클락):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제품디자인 기반 키트.


* 관련 글 : 재난보다 무서운 건, 준비되지 않은 정부다. https://servicedesign.tistory.com/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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