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는 왜 최저임금만 주나요?
천현우 조선소 노동자(쇳밥일지 저자)의 질문Q
1. 질문의 맥락락
❍ 문제는 하청 노동자입니다. 핵심은 임금격차입니다.
① 조선소 내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위해 임금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 저는 현재 조선소에서 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은 최근 반등했지만, 내국인 신규 노동자가 유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 기피해서’ 때문이 아닙니다. 원청이 채용공고를 내면 여전히 경쟁률이 높습니다.
● 문제는 하청 노동자입니다. 조선소에서 기술 교육원을 통해 계속해서 하청 노동자를 유치하려 하지만, 대부분 얼마 못 가 그만두고 맙니다. 원청 노동자라고 하여 더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하지도 않습니다.
● 핵심은 임금 격차입니다. 하청 노동자는 최저임금으로 시작하고, 이 임금이 몇 년 동안 유지될지 알 수 없습니다.
● 조선소에서 극한 파업을 벌였던 유최안 부지회장의 경우 22년 경력의 용접사임에도 최저임금을 받았습니다. 유 지회장의 경우가 보편은 아닙니다만, 조선소의 하청 노동자들이 처한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② 조선소엔 더 많은 인재가 들어와야 합니다.
❏ 크게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작게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선소엔 더 많은 인재가 들어와야 하는데, 시대에 맞지 않는 임금 구조가 이를 막고 있습니다.
● 2022년 기준 대한민국 수출 83.5%가 제조업에서 나옵니다. 이윤이 많이 남는 고부가가치 사업입니다. 특히 조선업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뛰어난 경쟁력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또한 조선업이 아직 건재했던 2014년 기준, 20만이 넘는 막대한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이기도 합니다.
③ 당장을 모면하기 위한 대처가 미래 인재가 들어갈 공간을 깎아먹고 있는 상황입니다.
❏ 조선소의 고용은 ‘내국인 원청 노동자’, ‘내국인 하청 노동자’의 두 형태로만 딱 떨어지지 않습니다.
● 첫째, 외국인 노동자가 있습니다. 내국인 노동자가 고용되지 않아 외국인 노동자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 억제요소로 작용합니다.
● 둘째, ‘물량팀’이라 불리는 기업 소속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합니다. 조선소의 숙련 노동자들은 물량팀으로 빠집니다. 고용이 훨씬 간단한 물량팀이 존재하므로 기업은 숙련 노동자를 양성하길 꺼립니다.
● 수주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선 외국인 노동자과 물량팀이 필요하지만, 당장을 모면하기 위한 대처가 미래 인재가 들어갈 공간을 깎아먹고 있는 상황입니다.
2. 해결방안
❍ 임금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➀ 조선소에 오는 노동자들이 적당한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숙련을 임금에 반영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 원청 노동자는 시작점부터 높은 임금으로 시작해, 미래 임금이 어떻게 될지 대강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에서 시작하지만, 10년 뒤 자신의 임금이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습니다.
●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구조를 한 단어로 설명하면, “숙련 노동자가 되면 임금을 올려주겠다”입니다. 즉 처음엔 임금이 낮아도 기술력에 따라 고임금을 받아낼 수 있다고 보는 셈입니다.
● 하지만 현실은 내 숙련이 임금에 반영될지 아닐지 알 수가 없습니다. 즉 미래를 담보 받을 수 없는 반면, 일을 최저임금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조선소에 사람이 오지 않고, 와도 얼마 못 가 그만두는 이유입니다
➁ 정책 전문가가 아니라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우선 한화오션이 하청 노조와 협상 타결부터 이루는 게 맞습니다.
❏ 한화오션이 노동조합과의 협상타결이 이루어지면 다른 조선소 또한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 현재 한화오션에선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이 매일 출근 시위를 합니다. 노조가 원하는 요구조건은 상용직 고용 확대 및 상여금 300% 지급입니다.
● 조선소는 다른 사업장과 달리 대부분 9시간을 일합니다. 상여금 300%를 적용해도, 최저임금 기준 3400만 원 수준입니다. 애초에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은 상여금 300%를 받았습니다만, 이걸 2015년에 없앤 겁니다.
● 이를 복원하면 비로소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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